[합죽선] 전주 미선공예사, 부채박물관 방문기



저번달 9월 21일 


엄재수선자장님에게 주문작품 의뢰를 위해 


전주의 미선공예사를 방문 하였다.



내년 작품은 주문작품으로만 할 예정이시고 


당분간은 주문작을 받지 않을거라고 하셨기에


큰맘을 먹고 주문작 의뢰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색조합의 부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부채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기 때문





아침일찍 새벽에 일어나 7시 30분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를 향했다.










전주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지나 미선공예사에 도착했다



실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선자장님이 계신 공방에 들어가 주문작품에 대한 상담을 시작했다.



우각칠선과 어피칠접선  두가지를 주문하기로 했고


큰틀의 테마는 내가 생각했던것을 전달해 드리고


그외의 부분에 대해선 선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윤곽을 잡아 갔다.




아직 합죽선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여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할수 없거나 


전달력의 한계가 있어


미선공예사에 전시된 부채들을 보면서 조금더 이야기를 나눴다.





거칠고 억센 느낌의 귀갑합죽선



청록색의 묘한색이 예뻣던 반죽합죽칠선



내가 첫 합죽선을 고를때 정말 오랬동안 고민했었던 우각선

선두의 무늬가 정말 너무 예쁘다


첫 합죽선을 고를땐 저 선두가 뾰족한 느낌에 거부감이 들어서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주문할 합죽선은 선두를 높게 할 예정이다.





예쁜 반죽칠접선 저 검정색과 붉은색의 조합이 너무 좋다.




예쁜 칠접선들



나전선과 우각선







우각선은 검은 물소뿔을 사용해 변죽을 새까만 색으로 하고 


속살은 합죽에 붉은색을 칠한 칠선


어피선은 변죽을 붉은색으로 하고 속살은 흑칠을 한 칠접선이며


최대한 부채질할때 칠한부분이 마찰되며 나오는 소리가 작게 나오고


접었을때 종이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게 두께는 넓게 하고 살수를 많이 하기로 하였다.



확실히 텍스트나 전화로만 상담하는 것 보다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우각선에 화각을 넣고 싶었지만 원하는 색상이 나오지 않을수 있고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수 있다며


선자장님께서 직접 투명각에 칠을 해서 보여주시기도 하였다


그런 이유로 우각선에 화각은 제외 하기로 했다.





상담을 마치고 함께 식사 후에는


선자장님이 운영하시는 부채 박물관을 가 보았다.


저번에 왔을땐 선자청도 들려보았고 시간이 부족해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내려간 김에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두근두근







입구에 들어서면 시대별로 부채들을 전시해 놓은것이 보이는데


가장 처음 보이는것은 저 선추들과 조선시대 유물들이다.



조선시대 합죽선들은 지금처럼 맹종죽이 아닌 분죽을 사용했고 옻칠한 부채들도 보였다


다양한 형태의 부채들이 있었는데 곡선이 아주 예쁘다.


접는 부채는 고려시대때 부터 있었지만 


합죽선은 조선시대에 들어서야 기록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선 이후로는


다양한 칠선들이 사라지고 겉대또한 맹종죽 하나로만 만들어 졌는데


일본에서 싼값의 부채를 들여오기도 하고


문화말살정책으로 인해 많은 기술들도 사라졌다고 한다



가장 큰것은 싼값에 들여온 일본부채로 인한 수요의 감소가 가장 크다고 한다.


부채란 신분의 격을 보여주기도 했던 사치품이기도 했는데


신분제가 철폐되고 값싼 부채가 들어오니


비싼 치장의 부채를 사용하는 사람드르이 수요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다양한 부채의 제작기법들이 사라져 간 것이다.







전시장의 가운데에는 부채 제작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이나 부채와 관련된 옛 아이템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칼을 만드는 대장간들이 사라지고 불에 달구는 인두대신 전기인두가 생겨나고


여러가지 이유로 시대가 변하면서 제작 도구들의 변화도 있었다고 한다.



예전엔 속살을 고정시키기 위해 대나무못을 만들어 사용했지만 


지금은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고정시키는것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인것 같다.






반대쪽엔 엄재수 선자장님의 부친이시자 전대 선자장이셨던


고 엄주원 선생님의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고 엄주원 선생님께서는 합죽선에 관한 연구와 자료조사를 이미 많이 해놓으셨지만 


여러 이유로 실현하지 못하셨다고 하는데


그 자료와 기술들을 전수받아 엄재수 선생님께서


현재 어피선, 대모선, 우각선, 반죽선등 다양한 작품을 만드실수 있게 된 초석을 마련하신 분이시기도 하다.






맞은편엔 세계 여러 나라의 부채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정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부채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대모를 저렇게 사용 해서 만든 부채도 있었고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




이게 최고 충격이었다 상아를 저렇게 정교하게 조각해서 부채를 만들다니

부서질까봐 겁나서 부채질을 할수는 있을까 싶다.





전시회장을 한바퀴 돌면서


선자장님께서 각각 부채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너무나도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단순히 부채를 즐겨쓰는 사람에서 부채를 잘 아는 사람이 된 느낌이고


실제로도 일반인보다는 합죽선에 관련해선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부채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선자장님의 공방으로 돌아가


다양한 부채 재료들을 볼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물소뿔


이게 먹감나무였던가...?



이게 진짜 야명주라고 한다. 가짜로 만들어낸게 아니라 진짜 그 비싸다는 야명주



흑단나무는 진짜 엄청 단단하고 부딪히면 쇳소리가 난다.





일괄된 재료만 사용하시는게 아니라 실험적으로 많은 재료들을 접해보시고


사용해 보시려는 선자장님의 열정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수많은 재료들을 하나하나 사용해보고 분석하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저날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중에 하나는


선자장님께서도 직접 재료를 확인하지 않으면 진품인지 가품인지 알수 없어


일단 그럴듯한 재료가 보이면 구입을 하시는데



저날 받은 재료중에 하나가 가짜로 판명이 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진짜 큰 짐승의 이빨이나 발톱같았는데


칼로 겉면을 슥슥 긁어내 가루를 태우니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났다.


가짜로 만들어진 가품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재료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가품이 많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신다


그렇기에 항상 재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한 후에


진품만을 작품에 사용하신다.





이날 방문한 목적중 또하나



향갑선추!







너무 예쁘다 ㅎㅎㅎ



구할수 없을줄 알았는데 딱 하나가 남아있다고 하셔서


얼른 데려왔다


저 조각이 너무 예쁘고 향갑안에 향을 넣어 부채질하면


향이 솔솔 나는것이 너무 매력적인 선추다.





전주에서의 볼일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기전 


잠시 카페에 들려서 한옥마을을 감상해 본다.







비가와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을 거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렇게 전주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한동안 주문작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



물론 지금도 너무나 기대되고 두근두근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지만 ㅎ









+ Recent posts